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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업주부에서 반찬가게 사장님 

새벽 4시30분 기상, 오전 8시 출근, 오후 10시 퇴근.

아차산역 부근에 반찬가게 ‘소담찬’을 운영 중인 이윤선 사장의 하루 일과입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요리만 생각하고 요리를 만들며 요리에 파묻혀 사는 이 여인.

나이 서른아홉에 반찬가게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윤선 씨의 인생 역전기입니다.

이윤선 씨(41)는 억척 여성이다.

그 기질은 어렸을 때부터 드러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선택한 건 도전적인 삶.

곧장 ‘유한 킴벌리’에 취업, 영업파트에서 6 년간 ‘장사’의 본질을 배운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뒀다.

그 사이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지만, 그도 잠시.

“결혼 후 5년 동안 아이 둘을 낳고 시부모님까지 모시며 살았죠. 전업주부지만 그냥 그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죠. 첫 아이를 임신하고는 피아노 조율을, 이후엔 속기사 공부도 했어요.”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집안 살림과 병행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또 다른 도전거리를 찾는다.

답은 가장 자신 있고 좋아하는 일에 있었다. 바로 요리였다.

초등학교 무렵부터 여동생들 생일상을 직접 차려주면서 시작된 그의 남다른 요리 사랑은 결혼 후 단 한 번도 외식을 하지 않는 이색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게다가 남편까지 식품자재 납품 업에 종사하니, 더 이상 고민할 일이 없었다.

그때 그의 나이 서른.

요리에 승부를 걸겠다는 결심이 서자, 그는 곧장 세종대 사회교육원에 등록해 내리 3 년 동안 한식, 양식, 중식 과정을 공부했다.

이후 서울에서 내로라 하는 가정요리 전문가를 찾아 다니며 2 년간 가정요리까지 마스터한 뒤에야, 자신의 집에서 동네 아줌마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4 년, 강의 때 배운 요리를 만들어달라는 동네 아줌마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반찬가게 창업에까지 이르렀다.

무려 10여 년간 요리를 배우고 공부했지만 그에게는 딱히 내세울만한 자격증 하나 없다.

‘진짜 요리에 자격증이 무슨 필요냐’는 첫 스승(사회교육원 교수)의 조언도 있었지만, ‘중국 정통 자장면보다는 동네 중국집 자장면이 더 맛있다’는 그만의 요리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제일 맛난 요리는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을 생각하며 고른 제일 좋은 재료에 조미료 하나 넣지 않고 사랑 가득한 손맛으로 직접 만든 요리. 그게 진짜 맛이죠.”

이 세 가지 원칙은 그가 운영하는 반찬가게 ‘소담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창업 1년 만에 1억 가까이 매출을 올린 작은 반찬가게는 이듬해엔 요리 스튜디오까지 갖춘 반찬가게로 거듭난다.

창업 당시 하루 40 만 원이었던 수입도 지금은 거의 두 배.

매일같이 2 천 원짜리 반찬을 무려 400 여 개나 판다는 얘기다.

여기에 주말시간을 쪼개 만든 강의와 잔칫집 요리를 해주는 출장뷔페, 또 얼마 전부터 새롭게 시작한 메뉴 컨설턴트 등에서 얻는 부가적인 수입도 만만찮다.

동네 반찬가게가 이렇게 성공하기까지는 그의 요리를 찾는 단골손님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말이 동네장사지, 실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삼청동, 서초동 등 서울 전 지역을 아우른다.

“하루는 한 할머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가게에 오셨어요. 몇 번씩이나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으신 거죠. 알고 보니 입맛 까다로운 할아버지께서 우리 집 김치만 드신다는 거예요. 남편을 위해 그 먼 길을 돌아오신 할머니를 생각하니 눈물까지 핑 돌더라고요.”

자신이 만드는 반찬 속에 담고 싶었던 가족 사랑을 할머니를 보며 그때 다시 되새겼다.

사업이 날로 번창하다 보니 정작 가족들 밥상에 신경 쓸 시간은 점점 줄어들기 마련.

얼마 전엔 반찬가게 직원들과 회식을 함께 한 남편이 ‘대장간에 뭐가 썩는다’며 하소연까지 했다.
“예전엔 특별요리다 뭐다 새로운 요리를 자주 했는데, 언제부턴가 반찬가게 메뉴가 우리 집 메뉴가 됐지 뭐예요. 요즘엔 진짜 우리 가족들은 뭘 먹고 싶을까 생각하며 메뉴 선정에 신경 쓰고 있어요.”

남편의 애교 섞인 응석이 아니더라도 그는 조만간 가게 옆으로 이사를 할 계획을 갖고 있다. 거기엔 남다른 미각을 지닌 큰 아들의 재능을 곁에서 살려주고 싶은 욕심도 숨어있다.

“얼마 전 친인척이 모여 고기 집을 찾았는데, 고기를 먹던 큰 아들이 ‘이 집 고기는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글쎄 양념에 후추를 너무 많이 넣었다지 뭐예요.”

‘아들에게 웬 요리?’냐고 묻는 시선도 있겠지만, 동네요리 선생님에서 반찬가게 사장, 파티 플래너, 메뉴 컨설팅 등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을 때 요리야 말로 앞으로도 충분히 전망 있는 분야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그의 나이 마흔하나. 그에겐 아직 새롭게 도전하고픈 일들이 많다.

작은 웨딩홀을 하나 인수해 잔치음식도 하고 싶고 현재 운영 중인 반찬가게를 외국 델리숍처럼 일품요리 중심의 테이크 아웃 점으로 바꿔보고도 싶다.

그리고 먼 훗날에는 자신의 요리를 찾아주는 손님들을 위해 늘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는 아담한 한정식집도 갖고 싶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요리학원을 오가며 공부에 열심이다.

결국 그의 성공의 열쇠는 끝없는 도전이었다.

얼마 전부터 이윤선 씨는 반찬가게 창업을 물어오는 사람들을 위해 주말을 이용해 ‘창업반’ 강의를 따로 진행한다.

3 년 동안 반찬가게를 운영해오면서 그가 깨달은 성공의 지침은 이렇다.

●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요리 실력:

무엇보다 본인이 요리에 자신이 없다면 반찬가게 운영은 절대 불가능하다.

주인이 맛을 알아야 직원들을 다룰 수 있기 때문. 주인 손맛이 반찬 맛을 좌우한다.

● 준비기간은 적어도 1 년:

준비기간이 길면 길수록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된다.

적어도 1년, 사계절 동안 시장을 다니며 재료의 변화를 직접 느껴야 한다.

재료에 대한 사전지식은 물론 조리법 공부도 필요하다.

그래야 요리 응용이 가능하다.

● 자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근처가 적당:

반찬가게 창업 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위치다.

일단 집에 도우미가 있음직한 넓은 평수의 단지는 피하고 30평형 이하를 공략한다.

근처에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있다면 금상첨화. 그때쯤 엄마들이 가장 바쁠 시기이기 때문.

● 가게 평수 별로 반찬 가짓수도 달리:

15평을 기준으로 했을 때 반찬 가짓수가 적어도 50여 가지는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시장 물건을 그대로 가져다 파는 일은 절대금물! 저린 배추, 저린 오이 모두 안 된다. 재료 손질부터 직접 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라.

● 밑반찬은 이틀, 나물 류는 매일 바꾼다:

메뉴는 밑반찬은 2~3일, 나물과 같은 즉석 반찬 류는 매일 바꿔야 한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월요일에는 오전·오후로 나눠 반찬의 종류를 바꾸는 전략도 필요하다.

[출처: 미즈앤]